PARK Sung-tae
PARK Sung-tae 박성태
동양화를 전공한 박성태는 원래 한국화에서 출발하였으나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실험적인 작업을 수행하여왔다. 그는 현상이 아닌 본질에 주목하는 예술가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이면의 대화를 담고 있다. 박성태는 1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산업소재인 철망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해 왔다. 그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만들어진 금속망을 이용해 주로 인체나 말의 형상을 표현한다. 사실 그의 작업은 지필묵, 동유화, 종이 캐스팅, 테라코타 등의 다양한 표현재료에 대한 모색을 거쳐 마침내 철망에 이어지게 되었다. 알루미늄 망이라는 재료는 재질의 특성상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비교적 자유롭게 조형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다지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하여 여러 겹 겹쳐졌을 때 보다 풍부한 질감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자신의 전공인 동양화의 수묵정신이나 기법에 그만의 실험적인 면을 더하여 독창적인 표현기법에 대해 연구해 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알루미늄 망의 씨줄과 날줄로 견고하게 짜인 조직은 입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나고, 망에 투과되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는 작품을 보다 다양하게 보이도록 한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먹과 같은 효과를 내고, 빛이 그린 그림자는 생생하고 밀도가 높다. 또한 빛과 철망이 이루어내는 실루엣은 물과 먹이 만들어내는 실루엣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박성태의 빛과 그림자로 그린 회화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만들고, 다양한 그림자가 빚어내는 형상의 가변성은 또 다른 시간의 개입을 유추하게 한다. 작가는 알루미늄 망의 작업을 벽에 걸거나 빈 공간에 설치하여 마치 설치작품과 같은 느낌을 부여하는데, 재료의 가벼운 부피감은 마치 그 공간에 그림자만을 부유하게 하는듯한 효과를 낸다. 이처럼 예술의 환영(illusion)은 실상과 허상을 병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어느덧 새로운 차원에 도달한다.
박성태(b.1960)는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박성태는 개인전을 가졌고 다양한 그룹전에도 참가하며 국제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표갤러리 베이징, 표갤러리LA, 일민미술관, 모스크바의 크로킨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파리, 베이징 등에서 단체전에도 참가했다. MBC 미술대전 우수상과 호암갤러리 중앙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