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Seo-bo
PARK Seo-bo 박서보
박서보는 1970년대 이후의 묘법 시리즈를 통해 한국의 ‘단색화’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묘법 시리즈는 캔버스에 바탕이 되는 유화물감을 바른 후 그 위를 반복적 선 긋기로 채워 완성되는데, 필압에 의해 밀려나간 안료가 축적되어 캔버스 화면 안에는 작가의 신체 호흡과 리듬이 담긴다. 1982년부터는 서양의 종이와 달리 안료를 잘 흡수하는 한지를 재료로 하였고, 90년대 이후부터는 한지 위에 일정한 간격의 직선을 긋는 방식을 사용했다. 2000년대부터는 무채색을 고집하던 이전과 달리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묘법이 반복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우는 수신(修身)의 과정을 강조했다면, 후기에 시작한 색채 묘법은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성된 형태와 풍성한 색감을 강조한다. 밀려나간 안료와 화면을 빽빽이 채우는 직선들은 자신의 조형 언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고 실천하는 박서보의 투쟁을 닮아있다.
박서보의 작업 세계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전기는 프랑스의 앵포르멜과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경향의 추상회화이다. 그는 1957년에 김창열, 하인두, 장성순 등이 만든 현대미술가협회에 합류하였고, 1958년 열린 제3회 현대전에 <회화 No.1>을 출품하였고, 그 이후부터 <원형질>과 <유전질> 연작을 발표하며 한국에 앵포르멜 미술의 태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서구의 사조를 좇는 추상미술에 한계를 느낀 박서보는 <묘법> 연작을 새로이 선보이며 한국의 ‘단색화’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현대미술을 동양사상에 결합하며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발달시켰다.
박서보(b.1931)는 1950년 홍익대학 미술과에서 동양화 전공으로 입학했으나, 6.25 전쟁 이후 서양화로 전공을 바꾸어 재등록했다. 학교 졸업 전인 1954년과 졸업 직후 1955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출품해 입선하였으나, 1956년 반(反)국전을 선언하며 홍대 동문들과 동방문화회관에서 독립전을 열었다. 1950년대 후반에는 현대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였고, 1961년에는 세계청년화가파리대회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제1위상을 수상하였다. 1979년 제11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부문 대통령상을, 1995년에는 제44회 서울특별시 문화훈장 옥관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일본의 후쿠오카미술관, 도쿄도현대미술관, 히로시마현대미술관, 서울의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현재 1962년부터 재직한 홍익대학교 회화과 교수명예교수로 있으며, 1994년에 설립한 서보미술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