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M Ikkhoon
EOM Ikkhoon 엄익훈
엄익훈의 조각은, 조각과 회화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림자 조각, 혹은 그림자 드로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의 작품은 입체적인 공간 속 말려있는 모양의 스틸 판이 반복적으로 연결된 추상적인 형체처럼 보이지만, 조명을 통해 평면의 벽에 그림자를 드리워보면 조각의 표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의 작품은 철로 만든 단단한 실재적 표면 속에서 이와는 대조적인 유연한 그림자가 마치 어린 날의 기억이나 꿈결 속의 환영처럼 피어나 관람객의 즉각적인 탄성을 자아낸다. 작가는 그림자란 “사물과 닮아 있으면서 사물에 인접해 있지만, 사물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사물이 남겨 놓은 일종의 흔적으로 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이다. 이런 면에서 그림자는 시간적으로, 혹은 공간적으로 현재의 영역에서 사라져 버린 실재가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겨 놓은 흔적인 기억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그림자는 비현실적 허상이고, 그 허상은 현실의 실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엄익훈의 작품은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빛으로 인해 허상이 더욱 강조되는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다. 실체만 보면 알 수 없는 비밀이 작품에 숨어 있다. 존재하는 실체는 매개일 뿐, 진정한 의미는 허상 속에 있고, 그 허상은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홍원- ‘엄익훈’의 조각, ‘실체와 환영(幻影)’에 대한 단상’ 참고
엄익훈은 (b.1976 ) 홍익대학교 및 강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그는 표갤러리를 비롯하여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미술관 , 뉴욕 한국문화원, 포항 시립미술관, 대만 Qing Art Gallery 등 국내외 기관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월드컵경기장, 온천국제조각공원, 춘천미술관, 포항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