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라는 종의 보편적 서사와 개별적 존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오랜 역사를 거쳐 인간이라는 종에 쌓여온 이야기들, 즉 신화처럼 오랜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원형이자,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개개인의 투쟁과 의지의 흔적입니다. 특히 그의 캔버스 위 반추상적 형상은 손, 발, 장기, 근육, 눈 등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하는 객체들로 여기저기 엉키며 열띤 현장을 이루어 극복과 저항, 미래를 향한 염원과 같은 생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 속 형상들을 '소환'했다고 표현합니다. 드로잉이나 스케치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는 방식은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지만, 물리적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대신 작가는 내면의 수련을 통해 이미 생성된 존재들의 에너지를 화면 위에 조심스럽게 꺼내어 놓습니다. 오랜 역사를 거쳐 인간이라는 종에 축적된 이야기들을 소환하여, 오늘날 전장 같은 하루하루를 맞이하며 살아가는 개별적 존재의 대항과 저항의 에너지, 그리고 극복의 의지가 남긴 흔적을 화폭에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