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숙 작가는 근시(近視)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를 표현하며, 원근감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즉흥적 붓터치로 새로운 감각을 선사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희미해지면서 색감만이 남는 근시(近視)의 관점에서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형태와 색채의 관계, 표면과 내면의 괴리, 시각적 아름다움과 사회적 기능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며 현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전은숙 작가는 주로 식물을 소재로 하지만,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닌 내면 세계와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고 식물의 번식 방법,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기능 등을 자신만의 주관적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작가는 특히 도시환경 안에서 생육하고 있는 연약하고 병든, 그러나 예쁜 존재감으로 장식적 성격이 강한 실내식물에 주목합니다. 이는 "약자로서 살아가는 생존법"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각적 용도로만 대신한 모습"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식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름다움과 쓸모의 관계, 표면적 매력과 내면의 취약함 사이의 괴리를 탐구합니다. 관상용 식물이 갖는 장식적 기능은 현대 도시 사회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는 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