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 Mirim
CHU Mirim 추미림
채온은 쉼 없이 눈 앞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린다. 그가 이렇게 그림에 몰두하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상태를 회화로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뒤섞이며 흔들리는 듯한 그의 그림은 존재론에서 이야기하듯 세상에 우연히 내던져진 존재의 불확정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듯 하다. 작가의 여러 작품 속에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부유하는 흰 스마일은 이런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묵묵히 화폭 내 자신의 위치를 점유하며 그림 속에 심겨진 작가의 자아를 반영한다.
채온의 세계에는 오직 ‘그린다’는 원초적인 행위와 ‘그림’이라는 신기한 대상만이 있다. 화가 채온은 오롯이 그림을 그린다. 찰나처럼 스쳐 사라지지만 우리의 몸 어딘가에 깊게 각인되는 순간들. 채온은 그 사라지는 것들의 나타남을, 혹은 그 나타남의 사라짐을, 그린다.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없듯이, 우리는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무릇 회화란 그 어떤 이념이나 명분에 앞서 ‘그림을 그린다’는 경이로운 행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얼룩 같은 그의 그림은 혼돈스럽지만 선명하고 아득하지만 생생하다. 지극히 미미하면서도 한없이 경이로운 우리의 生처럼. (정은영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채온(b.1985)은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표갤러리, 대구문화예술회관, 이브갤러리 등 다수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서울옥션, 대구문화예술회관, 아라아트센터, 스페이스K, (재)서울예술재단,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부산시청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5년 (재)서울예술재단 제 1회 포트폴리오 박람회에서 최우수상(1등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2018-2019년 대구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 선정자로 선정된 유망한 신진작가이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가창창작스튜디오(2015),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2019)에 참여하였다. 주요 소장처는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서울예술재단, 표갤러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