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갤러리는 2020년 11월 6일부터 12월 26일까지 황선태 작가의 개인전 《빛: 기억을 그리는 공간》을 개최한다. 황선태 작가는 유리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특정한 사물 혹은 시공간 속의 특별한 순간을 형상화 해왔다. 이번 전시는 2013년 개인전, 2015년 단체전 이후 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이 묘사된 공간에 스미는 빛을 통해 일상의 특별한 여운을 전하는 황선태 작가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황선태가 그려낸 공간에는 일상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에는 사람이 머물며 만들 법한 흔적이 존재하지 않고, 최소한의 선으로 형상을 맺은 사물들은 일상의 이야기나 세부적인 특징이 생략되어 있다. 황선태의 공간에서 사물은 단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지시할 뿐이며, 부피와 질감 없이 선만을 활용하여 납작하게 존재하는 사물과 그 사물들의 구성으로 채워진 공간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는 중성적 공간이 된다.

 

작품 하단에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면 빛이 단색조의 평면화된 공간을 밝힌다. 단색조의 평면적인 공간은 빛에 의해 생명력을 얻고, 입체감을 획득하여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빛이 없으면 사물을 인지할 수 없듯이, 빛은 사물을 이해하는데 가장 원초적이며 기본적인 요소이다. 황선태가 만들어낸 빛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이른 아침의 빛 또는 오후 햇살의 빛, 저녁 무렵 따스한 빛과 같이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화면을 가득히 채우며 공간에 다양한 질감을 부여하고 감각을 만들어낸다.

 

공간에 들어찬 빛을 통해 관람객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장면을 끄집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공간의 장면은 들어오는 빛을 통해 보는 이가 그 ‘어딘가’를 상기하게 만들고, 보는 이의 마음에는 그 ‘어딘가’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맺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떠한 이야기도, 특징도 없는 그저 존재할 뿐인 중성적인 공간은 보는 이의 심상이 들어 앉게 될 모든 이를 위한 사유의 공간이 된다. 이처럼 황선태의 공간은 빛을 통해 우리의 기억 속 언어화 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고 사유하게 만듦으로써 기억을 그리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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