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던 2020년. 당시에는 비현실적으로만 여겨졌던 많은 것들이 우리의 일상이 된 채 정체되어 버렸다. 크나큰 변화가 무색하리만큼 시간은 무심히 흘러 2021년도 벌써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럼에도 삶을 긍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더욱 치열히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표갤러리는 2021년 6월 10일부터 7월 6일까지 엄익훈의 《 조각의 환영 열정 》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의 확산이 장기화된 상황 속에서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미공개 신작들로 오롯이 구성된다.


그림자 조각, 혹은 그림자 드로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엄익훈의 조각은, 조각과 회화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입체적인 공간 속 그의 조각은 도르르 말은 듯한 모양의 스틸 판이 반복적으로 연결된 추상적인 형체처럼 보이지만, 조명을 통해 평면의 벽에 그림자를 드리워보면 조각의 표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자 그림이 나타난다.


작가는 그림자란 “사물과 닮아 있으면서 사물에 인접해 있지만 , 사물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사물이 남겨 놓은 일종의 흔적으로 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이다 . 이런 면에서 그림자는 시간적으로 , 혹은 공간적으로 현재의 영역에서 사라져 버린 실재가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겨 놓은 흔적인 기억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철로 만든 단단한 실재적 표면 속에서 이와는 대조적인 유연한 그림자가 마치 어린 날의 기억처럼 꿈결 속의 환영 처럼 피어 오르는 엄익훈의 조각은 관람객의 즉각적인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절묘하게 결합된 표면과 그림자 조각과 회화 의 세계는 현실에 있던 관람객을 순식간에 초현실과 꿈의 세계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표갤러리가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고단한 현실 속에 무기력해진 우리의 일상에도 흔적처럼 남아있는 작은 환희와 열정을 다시금 상기시켜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