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pass : 틈의 오브제

CHA, MIN YOUNG

2020.09.02 - 09.28

표갤러리는 2020년 9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차민영 작가의 개인전 《Underpass: 틈의 오브제》를 개최한다. 차민영 작가는 정교하면서도 세밀한 표현 능력을 기반으로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도시의 구성 요소와 체계들을 여행 가방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작가가 구축한 도시의 작은 일면들을 응시하고 사유하도록 만들어 왔다. 작가가 주목한 공간은 자본주의 논리의 체계 하에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들로, 스쳐 지나갈 뿐 오래 머물거나 거주하지 못하는 까닭에,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같은 공간들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에는 여행 가방 안에 지하철과 비행기, 호텔의 복도, 도시의 지하도, 에어컨 실외기와 가스배관이 즐비한 공간의 풍경들이 담겼다. 해당 공간들은 빠른 이동을 위해, 머무를 공간에 도달하기 위해, 생활의 편의를 위해 생성된 공간들이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논리에 따라 지역적 관습이나 특색과는 무관하게, 유사한 형태로 구축되어, 분명 우리의 삶의 공간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깊게 관심을 두지 않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곳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들을 ‘가방’이라는 매개체에 담아낸다. 가방이라는 대상에 내재한 ‘이동’이라는 효용 가치는, 차민영의 가방이 담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효율성이라는 가치 하에 체계적으로 양산되는 공간과 맞물려, 어디에나 비슷한 양식으로 존재하는 공간 구축 시스템을 지시한다.

 

그러나 가방은 동시에 일종의 사적 공간으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이의 생활 형태와 취향, 습관, 계획 등 다시 말해 삶의 일부를 담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차민영은 이 가방을 통해 사회의 ‘공간’을 각자의 ‘장소’로 치환해낸다. 한 사람의 가방이 삶의 일부를 담고 있다면, 작가가 만들어낸 가방은 세계의 일부를 담아내는 것이다. 가방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또다른 공간을 들여다 본다는 경험은, 관객으로 하여금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익숙한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보며 해당 공간에 대한 자신의 사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3차원의 물리적 영역으로 머무를 뿐이었던 공간에, 사적인 기억과 사유가 덧붙여지는 과정을 거쳐, 개개인의 시간과 경험, 삶이 녹아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작업을 통해 관람객은 삶에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공간의 구축 시스템을 직시함과 동시에, 사적인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며 스스로에 의해 은폐되었던 공간을 재발견하고, 장소화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위해 한정된 공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관람객들이 본 전시를 통해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마주치는 의외의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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