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1의 풍경(The Landscape of -1), Instal

-1의 풍경(Landscape of -1)

JUNG, HYE RYUN

2019.09.20 - 10.12

표갤러리가 2019년 9월 20일부터 10월 12일까지 개최하는 정혜련의 개인전 《-1의 풍경(Landscape of-1)》은 지형과 역사, 사회을 이루는 작은 단위 요소들이라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전시이다. 작가는 최근까지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구의 섬, 일본 이바라키현의 폭포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역사와 이와 관계 맺는 지역민들의 삶을 탐구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다. 특정 지역의 문제에 집중했던 그간의 프로젝트와 달리,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특히 갤러리 건물 외부와 내부 공간을 아우르며 흐르듯이 연결되는 조형적인 구조가 눈에 띈다. 건물 정면과 측면의 외벽에 설치된 LED 조명을 이용한 흘러내리는 빛의 줄기는 1층의 전시 공간에서 강물이 뻗어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구현된다. 이번 개인전과 주요 작품들의 제목인 《-1의 풍경》은 작가가 삶 속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근본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지하, 즉 심연(深淵)을 의미한다. 땅은 인간의 삶의 원천을 이루며, 강줄기가 발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본래 땅 속을 흐르는 강의 형태를 천정으로 올려 마치 부유하는 것과 같이 설치함으로써 물이 지닌 신성성(神聖性)을 드러내고자 했다. 예로부터 강의 흐름을 따라 주변에 문명이 생겨났고, 지역민들은 삶을 일구어 왔다.


다음으로, 작가는 2층과 3층의 전시 공간에서 지역성과 물성을 드러내는 재료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인 개개인의 미시적인 삶에 주목한다. 2,3층에 설치된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석탄 알갱이들은 작가가 프랑스 북구의 탄광 도시인 발렌시엔(Valenciennes)에 4개월간 머물면서 광물의 찌꺼기로 지어진 인공산인 테릴(Terril)을 이루는 알갱이를 직접 채취한 것이다. 이 알갱이들은 역사의 큰 흐름을 이루는 개개인의 삶과 기억을 표상한다. 작가는 프랑스의 지역성을 띤 재료를 또 다른 역사성을 지닌 한국의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물들로 재구성함으로써 관객과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생성과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마치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퍼져 나가거나, 층위를 이루며 퇴적되어 있는 것과 같이 표현된 공간은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정혜련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며, 개인이 삶이 역사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무한히 순환하는 듯한 형상들은 삶에 대한 위로와 희망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