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 Exhibition

The New Beginning 

2012.02.03 - 03.10

한 해의 첫발을 내 딛고 있는 지금 스스로를 돌아 보고 반성해 볼 시점이 된 듯 합니다. 그 새로운 시작과 함께 소홀해진 것은 없는지, 또는 목표를 위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은 아닐 것 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표 갤러리 SOUTH 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치에 대해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하였습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쉽게 지나치게 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문제, 지극히 인간적이고 순수한 감성의 부제 그리고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그리움 등 현대인이 떠안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장원영

도시, 왠지 모를 삭막함이 느껴지는 단어다. 물질적 가치만이 넘치고 인간의 욕구로만 가득한 곳, 그러나 도시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바로 이곳에 나의 부모님이 있고, 친구가 있으며, 연인이 있다. 정형화 되고 딱딱해 보이는 도시의 외관 이면에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이들이 짓고, 이들이 살며, 이들이 이루어 놓은 도시는 더 이상 차갑고 답답한 곳이 아니다. 도시는 충분히 로맨틱(Romantic)하다.

도시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토대는 경제도 아니요, 시멘트 또는 벽돌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장원영 작가는 아름다운 도시야경과 다양한 사람의 실루엣의 중첩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강덕봉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무엇 하나 오래 두고 관심 있게 볼 겨를이 없다. 바로 관심과 소통의 부제이다. 사람 사이에서의 소통뿐만 아니라 모든 대상이 그저 스치듯 지나간다.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물건에 대해서도 정을 두고 오래 쓰기 보다는 유행에 따라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강덕봉 작가의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자동차, 그러나 시선을 달리하면 그것은 자신의 속을 텅 비우고 건너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작은 구멍 하나하나로 들여다보는 세상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강덕봉 작가는 빠르게 지나가 버릴 듯한 형상을 통해 보는 이에게 세상과 주변에 대해 더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무엇 하나 홀로 존재할 수 없듯이 관심과 소통의 단절은 현대사회의 불행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성민

자연스러운 생명을 볼 기회가 얼마나 있는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동물은 대부분 동물원이나 집안의 애완동물로, 식물은 화분이나 마켓으로 옮겨져 소비의 대상으로 상품화 되어 있다. 분명 인간의 안락과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그에 따른 허전함은 피할 수 없는 듯 하다.

 이러한 아쉬움으로 인한 생명력의 인위적 연장을 위한 노력, 그 것을 위해 박성민 작가는 Ice Capsule을 정성을 다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멀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녹아 물이 될 얼음, 그리고 그 냉기에 의존해 신선한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는 과일(블루베리)이 순백의 그릇 위에 담겨있다. 이 모두가 조만간 사라지거나 썩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쉽지만, 작가의 인내와 수고로 인해 완성된 작품은 현실의 자연적 현상으로부터 벗어나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유지 될 것만 같은 안심을 준다. 극사실적 묘사를 하면서도 보는 이의 현실감을 무디게 하고, 차가운 얼음을 통해 인간의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작가의 그림이야 말로 작가의 표현대로 추상적이라 할 만 하다.

 

정성원

토끼,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시켜온 귀가 꽃으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삶을 포기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토끼의 눈망울이 너무나 맑고 순수해 보인다. 또한 포근한 털로 쌓여있는 양들이 그 털 만큼 부드러워 보이는 커튼 사이에 평화롭게 있다. 세상을 향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마냥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순박한 동물들의 이미지는 어쩐지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는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먹이사슬에서 하위(약자)의 위치에 있는 토끼와 양을 다루는 정성원 작가는 경쟁과 다툼이 없는 순박한 안락함에 대한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지현

책의 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긴 세월 동안 그 유익함과 효용성으로 인류의 보탬이 되어오던 책이 새롭고, 간편하며, 더욱 흥미로운 매체(TV, Radio, Internet, E-Book, Audio Book)들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 근심이 나오고 있다. 사실, 정보의 기록과 전달의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책과 함께해온 아날로그적 감성의 위기는 부정 할 수 없다. 오래 두고 읽어 온 책이 간직한 고유의 냄새나, 어느 가을 마음에 드는 낙엽 하나를 주워 책 사이에 꽂아두었던 기억이나, 책 첫 장에 짧지만 정성스러운 메모를 적어 좋은 사람에게 선물하던 그 정서와 문화가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역사 저편으로 사라 질 것이라는 아쉬움이 담겨있다.

이지현 작가는 오래된 책을 철저하게 해체한 후 그 파편을 다시 붙여 책의 형상으로 재탄생 시킨다. 책이었던 것이 문자의 형태가 사라진 지금 다른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는 Identity가 변화 되는 과정의 시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단축시켰다. 비록 책으로서 기록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은 상실 되었지만 그의 작품은 예술로서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강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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